제1 야당답게 [신동욱 앵커의 시선]
파도소리가 섞여 있습니다만, 귀 기울이면 게가 공기방울 터뜨리는 소리가 들리실 겁니다. 숨구멍으로 게거품을 뿜으면서 내는 소리입니다. 게는 아가미로 숨을 쉽니다. 그러다 물 밖으로 나오면 아가미 방에서 물을 뱉어내 거품을 만들고, 거기에 공기 속 산소를 녹여 숨을 쉬지요.
하지만 갈수록 숨이 차서 잔뜩 게거품을 물다 죽어버립니다. 사람이나 게나 입에 무는 게거품은 단말마의 비명 같은 것입니다. 게는 먹이가 없으면 동족을 잡아먹습니다. 급할 때는 다리를 자르는 자해도 서슴지 않습니다.
게는 진득하게 머물 줄 모르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굴을 팝니다. 그래서 게자리 성좌를 가리키는 ‘캔서’가 암을 뜻하게 됐다고 합니다. 게는 창자, 즉 배알이 없고 엉뚱한 게걸음만 칩니다. 초라한 오두막집을 ‘게딱지 같다’ 하고, 게 잡으러 갔다가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자중지란 자해소동이 점입가경 목불인견입니다. 게걸음 게거품에, 자기네끼리 치고받는 집안 꼴이, 곧 부스러질 게딱지 같습니다. 넉 달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오세훈 단일후보는 여당 후보를 18퍼센트포인트 차로 눌렀습니다. 당시 국민의힘은 “우리 힘만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됐다”고 자축했습니다.
그런데 넉 달도 지나지 않아 이준석 대표는 “지금 대선을 치른다면 5퍼센트포인트 차로 진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대표가 돼 당을 지휘해온 두 달은 온전히 자신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 안팎 인사들을 끌어안고 화합하며, 뜨겁되 공정한 경쟁을 이끌어야 할 책임에 최선을 다했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당선 연설에서 했던 약속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지상과제는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저는 다양한 대선주자 및 그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입니다”
대선 주자들 그리고 그 측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라도 마음속 어느 한구석에 아들뻘, 막내 동생뻘 당 대표라고 얕잡아 본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옛 고승의 선문답에 ‘백척간두 진일보’ 라는 화두가 있습니다. ‘백 자나 되는 높다란 장대 위에서 또 한 걸음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모든 것을 내던지는 자세여야만 큰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가르침이지요.
그런데 백척간두에서 게걸음을 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게거품 삭는 소리를 내며 끝없는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대표는 대표답게, 대선 주자들은 주자답게 처신하는, ‘답게’만이 국민에게 버림받지 않는 유일한 길이 될 겁니다.
8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제1 야당답게’ 였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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